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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산재보험 선보장법 발의(2023.10.17.)

음성노동인권센터 2023. 10. 17. 08:43

20231017일 화요일 ~08:56:00

산재보험 선보장법 발의

 

지난 927, 산업재해 보상을 신속하게 하고, 산업재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산재보험보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습니다. 의사나 행정기관이 직권으로 산재보상을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산재보상을 위한 재해조사의 기간과 절차 등을 법으로 정해, 재해조사 기간을 도과한 경우에는 국가가 우선보상해주는 내용이 주요 내용입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이른바 <산재보험 선보장법> 발의와 관련된 소식 살펴보겠습니다.

1. 먼저 어떤 배경에서 <산재보험 선보장법> 발의가 이루어졌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2019~2021년 업무상 질병의 판정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180일 정도입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직업병 연구가 없거나 부족하고,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과 작업방식이 영업비밀에 해당해 산업재해 발생 원인을 사후적으로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역학조사를 실시하지만, 직업성 암의 경우 역학조사로 인해 최소 1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 직업성 암 외에도 근골격계 질환과 뇌심혈관계 질환의 조사는 평균 4개월 이상, 정신질환은 7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
이렇듯 산재 신청을 하고 판단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최초 치료 기간에 절실히 필요한 산재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지급받지 못해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됨. 경제적 형편상 고가의 비급여 진료는 포기하고 최소한의 진료만 받다가 암이 재발되거나 전이되어 사망하는 사례가 있음. 반도체노동자의 권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산재 보상을 신청하고 역학 조사 결과를 기다리다 숨진 노동자만 111명에 달함. 산재보상보험법의 목적은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는 데에 있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수십년 간 산재보험 선지급을 비롯한 개선 방안을 요구해왔고, 그 결과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것임.

2.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해당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요. 우원식 의원은 현행법의 어떤 부분을 문제로 보았나요?
현행법상 대한민국은 산재 피해를 입은 노동자나 유족이 산업재해를 스스로 입증해야하는 부담까지 갖고 있습니다. 재해를 입은 노동자나 유족이 산재를 인식하고, 스스로 신청하기 어렵습니다.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만한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절차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수 개월, 길게는 몇 년 이상이 걸리는 데서 오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취업 중인 상태에서는 산재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신청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재 은폐율은 66.6%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경험했듯이 평범한 사람들이 보아도 일하다가 아픈 것이 많은데 산재 사고와 달리 직업성 질병, 질환의 인정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이렇게 경직되어 있는 산업재해 제도가 근본적으로 산재보험 신청 단계에서부터 노동자들을 배제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법원의 판례를 통해서 업무와 재해 간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산재로 인정하는 것으로 기준을 세워왔는데요. 여기서 상당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이고, 자연과학적으로 밝혀진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통념과 같은 규범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 노동자들이 백혈병, 유방암, 파킨슨병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 질환에 걸리는 경우 해당 연구가 진전되지 않은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인정 받거나, 수년간 판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 점을 주요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3.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산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국가가 미리 요양급여 등을 지급하는 내용이 이번 개정법안에 포함되었다고요.
네 맞습니다. 아쉽지만 모든 경우에 선지급한다는 내용은 아니고요. 재해조사기간을 별도로 정하고, 이 기간을 도과하여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거나 원인 불명의 희귀질환인 경우 산재보상보험을 우선 지급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지 궁금하실 분들이 계실텐데,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매월 정부가 기업들로부터 산재 보험을 징수하여 기금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2020년 기준으로 순수입에서 순지출을 빼면 12천 억원이 남습니다. 이렇게 2020년까지 적립된 규모가 20조가 넘습니다. 법적으로는 5조 억원 정도 법정책임준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정 기준보다 4배에 가까운 기금이 조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험급여에 충당하기 위한 기금은 이미 차고도 넘치는 수준이지만 그동안 정부는 너무나 빈약하게 산재를 보장해왔던 것이죠

4. 끝으로 개정 법안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산재보상보험 선지급 제도와 의사와 행정기관에서 노동자와 유족을 도와 직권으로 산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은 큰 진전입니다. 하지만 재해조사 기간을 도과한 경우에만 정부가 선지급한다는 점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또한 업무상 질병의 경우에는 재해조사 기간을 90일까지, 그리고 백혈병 등 역학조사를 실시해야하는 경우에는 180일까지로 길게 두고있고, 여기서 30일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서 사실상 120일에서 210일까지는 요양급여, 휴업급여 등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는 개정 이유와도 맞지 않는 내용입니다. 독일의 경우, 재해조사 기간 도과와 상관없이 산재보상을 하고, 불승인 나더라도 다른 기금과 연동하여 노동자의 개인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선보장제를 실시하고 있고, 산재보험 지정의료기관을 통할 경우에는 불승인이 나더라도 사후에 건강보험 상의 본인부담금만 부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다 폭넓게 산재보험을 선지급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