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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통과(2023.11.14.)

음성노동인권센터 2023. 11. 14. 08:58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08:56:00

 

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통과

 

지난주 목요일 11월 9일 ‘노란봉투법’이라고도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노동 3권이 이번 노조법 개정을 통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환영하고 있는 반면, 경제단체와 정부 여당은 이번 노조법 개정으로 불법 파업이 조장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노조법 2·3조 개정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을 짚어봅니다.

 

1. 2015년 노란봉투법이 처음 발의된 이후 8년 만에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어떤 배경에서 노란봉투법이 발의되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마도 청취자 대부분이 임금을 받고 생활하는 노동자이실텐데요,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분은 많지 않으실 겁니다. 노동3권은 헌법상 기본권이기에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든 최대한 보장해줘야하는 권리지만, 현실에서는 노조할 권리가 잘 실현되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을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노조에 가입하면 부당한 일을 당할까봐 걱정하는 대중의 감각입니다. 저는 노동 상담을 하며 내담자들께 자주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데요. 거의 매번 노조 가입을 무서워하는 반응을 보게 됩니다. 대중들이 이런 감각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기업과 국가가 노동조합 활동을 사법적이고 경제적인 수단으로써 탄압해왔던 역사 때문입니다. 특히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고, 인간다운 노동을 쟁취하기 위해 파업을 벌이면, 회사가 ‘불법 파업’ 딱지를 붙이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 가압류를 신청했던 일들이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이 그랬습니다. 사측의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파업을 했는데, 당시 경찰과 쌍용차에서 업무 방해 등으로 무려 4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입니다. 이렇게 손배가압류를 노동자에 대한 보복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노란봉투법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하청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정리해고와 같이 ‘경영상 이유’이라는 이름으로 교섭 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안에 대해서도 교섭과 단체행동을 할 수 있도록, 노조법상 ‘사용자’와 ‘쟁의행위’에 관한 정의 규정을 확대하는 내용이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었습니다.

2. 이번 노조법 개정 통과를 두고 재계와 정부 여당에서 ‘불법 파업을 조장할 것이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등의 이유로 대통령 거부권을 언급하고 있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서 하나씩 짚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파업의 정당성을 매우 협소하게 판단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경제 규모는 성장했지만, 노조할 권리는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것이죠. 반대로 얘기하면 한국에서 ‘합법 파업’을 벌이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노조법에서 정한 네 가지 요건인 주체·절차· 목적·방법이 모두 법 기준에 부합해야 합법 파업이 되는데요. 특히 주체와 목적 요건을 매우 좁게 설정하고 있어 웬만하면 불법 파업이 됩니다. 이전에는 ‘정리해고 저지’가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없었기에 쌍용차 노동자의 파업은 불법 파업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에 대해 교섭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작년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역시 불법 취급을 받았습니다. 파업 방법과 관련해서 직장 점거가 문제가 되는데요. 일터를 전면적으로 점거해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노동자들도 일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나 형법상 폭력행위를 하는 것은 지금의 개정된 노조법에서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노조법 개정이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기업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노동자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수단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반발인 것이죠.

3. 이번 노조법 개정 내용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그런 주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실에 가깝습니다. 왜냐면 다른 국가들은 이렇게까지 노조의 쟁의행위를 억압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론상으로 파업에 대한 손배 청구가 가능한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이 있긴 하나 실제로 손배 청구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하더라도 노조의 규모에 따라 청구액의 상한선을 두는 등 제도적 안전장치들이 있습니다. UN의 사회권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게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배가압류 행위를 ‘노동자를 상대로 한 보복조치’라고 규정하며 합법파업이 되기 위한 요건이 지나치게 제약적이니 이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결사의 자유가 보장이 안되어 있다는 이유에서 이번 노조법 개정 역시 국제적으로도 특이한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4. 마지막으로 이번 노조법 개정이 우리나라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경제는 노동자들의 노동력과 자연으로부터 나는 자원에 기반해 굴러가는데 지금 그 두 뿌리가 모두 흔들리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고, 인간다움 삶, 안전한 노동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파괴와 수탈이 한계선을 넘어, 기후위기, 생태위기로서 경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노조법 개정은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법이 아니라,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법입니다. 파업은 경제적, 사회적 힘이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노동자, 시민의 존엄을 침해하고 불평등을 일으키는, 고착화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집단적인 멈춤’입니다. 파업을 통해 비로소 이 세상을 구성하고 생산하는 중요한 이들이 누군지 드러나게 됩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성숙한 사회에서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시민들이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다시 말해 이번 노조법 개정은 노동자를 계속해서 착취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는 안좋은 소식이겠지만, 실제로는 경제 시스템을 건전하게 개선하고 민주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사회운동의 귀한 성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