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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핵심 빠진 중대재해처벌법 개악(2023.1.31.)

음성노동인권센터 2023. 1. 31. 16:43

중대재해처벌법이 작년 1월부터 시행되었지만 노동자 사망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위험성 평가자율 예방 체계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고, 올해 111,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TF를 구성했습니다.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는 정부의 로드맵이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시킨다는 규탄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로드맵이 어떤 내용이고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 국가의 산재 사고사망의 심각성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사고사망 만인율이라는 통계지표를 사용하는데요. 노동자 만 명당 산재 사고사망자 수를 따지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사고사망 만인율은 2021년 기준 0.43퍼밀리아드입니다. 10만 명당 4명에서 5명이 일하다 죽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매년 800명 이상이 업무상 사고로 사망하고 있고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는데요. 업무상 질병 사망까지 포함하면 매년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재로 사망하고 있는 지경입니다. 문제는 작년 초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지만 산재 사망은 오히려 증가하였습니다. OECD 38개국 중 34위로 경제 규모에 비해 매우 열악합니다. 정부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비중이 높고, 고령자와 이주노동자 등 안전에 취약한 계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 향후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2.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정부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제와 처벌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세부적인 규정과 규칙을 만드는 바람에 사업장에 행정적인 부담을 지었을 뿐 사망사고는 막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사업장에 대한 처벌 규제는 줄이고, 사전 예방에 더욱 중점을 두고 노사의 자발적 노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손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유해, 위험 요인을 스스로 파악하여 개선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기존의 위험성평가제도를 활성화해서 자율적인 예방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것이죠. 한편 국내 중대재해는 50인 미만 작은 사업장이 80%를 차지하고 건설업과 제조업이 60%, 원하청별로는 하청 사업장이 40%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요. 작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부 재정을 투입하여 안전관리 역량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건설과 제조업에 대해서는 AI 카메라와 같은 스마트 기술과 장비를 중점적으로 지원해서 산재를 줄이겠다고 합니다. ‘외험의 외주화라고 비판하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유해, 위험한 노동을 전가하고 원청이 책임지지 않는 구조에 대해서는안전상생협력사업을 확대하고, 산업안전 사항을 경영평가에 적용하겠다고 합니다.

 

3. 기존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와 내용과 가장 큰 차이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본래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각 사업장이 산업안전보건체계를 완비하여 산재를 예방하는 데 가장 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처벌은 산재사망이 발생했을 때, 해당 사업장에 안전보건체계를 운영하는 데 있어 법을 위반한 사항이 있는 경우에만 높은 수준의 처벌을 하도록 한 것이죠. 또한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체계를 만드는 데 있어 노사간의 참여와 협력이 가능하도록 열어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개선 방안이라고 하여 내놓은 로드맵을 살펴보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각 사업장이 안전보건체계를 만들 때 무엇이 필요한지는 법령이 아니라 사업장에서 상황에 맞게 재량껏 체계를 만들도록 열어두겠다는 내용입니다. 안전보건체계를 잘 만들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고용노동부에서 세부적으로 감독하거나 지도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한편 로드맵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수칙 의무를 더욱 구체적으로 법제화하여 사측이 취업규칙 등에 의거하여 해고나 징계를 할 수 있도록 바꿀 계획입니다.

 

4.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대해서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비판하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국내에서 이미 십수년 간 실패한 위험성 평가자율안전체계를 정부가 다시 들고 나온 점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미 노사가 자율적으로 참여해서 위험성 평가를 하도록 해왔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문제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비용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안전 문제는 임금과 같이 거래와 협상의 대상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노동조합을 만들기 어렵고, 만들더라도 사업주에 대한 교섭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행 노조법 체계에서는 현장에서 사업주의 입김이 노동자보다 훨씬 셉니다. 이렇듯 노사간의 힘의 차이가 큰 상태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력해서 산업안전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아주 오래된 거짓말이고 공허한 주장입니다. 원하청의 공생과 협력에 대한 이야기 역시 자본주의 시장의 속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순진한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청노동자가 진짜 사장인 원청회사 사장과 교섭할 수 없는 구조에서 원하청 간 산업안전 불평등,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5.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TF 발족을 놓고도 비판이 있던데, 무슨 내용인가요?

작년 11월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TF 발족을 예고했는데요. 당시 정부는 노동계와 경영계 측으로 추천을 받은 전문가로 TF를 구성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형사법, 경제법, 산업안전 보건 분야의 전문가 8명을 구성한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노동시민사회가 크게 문제 제기를 하는 이유는 비단 중대재해와 관련한 TF에서뿐만 아니라 현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위원회와 TF 구성이 대부분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된 전문가 중심의 탁상공론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노동법 개악을 추진하고 있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그렇습니다. 개선 내용적으로는 노동자가 안전보건문제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회사와 협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법 개선을 논의하는 자리에는 현장 노동자를 초대하지 않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6. 실장님이 생각하기에 정부의 로드맵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산업안전 문제는 사업주의 인성의 문제도 아니고, 시간과 비용의 문제입니다.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들일 수 있고,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지는 곧바로 사업장의 이윤과 연결됩니다. 정부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면서 노동시간 규제와 더불어 시간외수당을 사실상 없애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일관된 기조는 임금과 산업안전에 의무적으로 할애해야했던 이윤의 몫을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더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과 비용을 타협하는 것은 권력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노동자 개인이 사측을 상대로 충분한 교섭력을 갖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노동자가 집단을 이루어 노동자의 입장에서 정당한 이윤의 배분과 안전한 생산 방식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부터 활성화되야 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마치 노동조합 없이도 노사 간 대등한 교섭이 가능할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윤 정부가 이야기하는 노사의 자율 안전 시스템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단계는 노동자의 사회적, 경제적 힘을 높여야한다는 점입니다. 이 과제를 패씽하고서는 자율의 이름으로 더 많은 산업재해 방치가 일어날 것 같아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