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5일 화요일 ~08:56:00
급식실 조리사 건강권 개선 대책
지난 9월 8일, 15년 넘게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 판정을 받고 휴직 중이었던 조리실무사 이영미님이 59세의 나이에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튀김, 구이 볶음 등의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 흄이 폐 질환 발생의 주요인으로 지목되어 왔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행정은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급식실 조리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과제들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정말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요. 고 이영미님이 사망하게 된 경위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고 이영미님은 2000년 초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유치원 급식실에서 줄곧 조리실무사로 근무해왔습니다. 2021년 9월 유치원 급식실에서 근무를 하던 기간 중 폐암 3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같은 해 2월에는 2018년 폐암으로 사망하신 한 급식노동자의 죽음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최초의 판정이 나왔습니다. 튀김, 볶음과 같이 기름과 불을 많이 사용하는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조리 흄’이 폐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조리 흄으로 인한 폐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례가 노동조합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고, 노동조합이 각 지역 교육청에 급식실 공기 순환 장치에 대한 전수조사와 급식실 노동자들에 대한 폐암 건강검진 등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폐암을 진단 받은 고 이영미님은 노동조합과 상담을 하고 산재 요양급여 신청을 곧바로 접수했습니다. 2022년 3월 고 이영미님의 폐암에 대한 산재 승인이 나왔고, 산재 휴직 기간을 갖고 치료에 전념하시다가 지난 9월 8일 요양 중에 돌아가셨습니다. 고 이영미님이 조합원으로 있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지난 9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고 이영미 조리실무사님을 추모하는 주간을 갖고, 고 이영미님에 대한 순직 인정과 급식실 안전 대책 마련 등을 충청북도 교육청에 요구했습니다.
2. 지난 2022년 충청북도 교육청이 학교급식 조리 환기 시설을 2025년까지 전면 교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현재 잘 진행이 되고 있는 상황인가요?
2021년 3월 급식노동자의 직업성 암이 최초로 인정받은 이후 2년 6개월 동안 113명의 폐암이 직업성암으로 확정될 정도로 급식실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노동 환경 문제는 심각합니다. 그동안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해오던 충북교육청도 지난 2022년 9월, 학교급식 조리 환기 시설을 2025년까지 전면 교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도내 학교 중 급식 조리를 하지 않는 학교를 제외한 436개 학교에 시설 개선 작업을 벌인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충북교육청이 이 계획을 발표한지 2년이 지났고, 전면 교체 완료를 약속한 시점까지 1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는 적어도 3분의 2이상은 추진되어야 하지만, 아직 진행률이 절반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교육청이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학기 중이 아닌, 방학 때 맞춰서 공사를 하고 있고, 방학기간이 긴 겨울 방학에 집중적으로 하다보니 전혀 속도가 나질 않고 있는 것입니다. 공사 기간에만 도시락 급식 방식으로 대체한다면 충분히 학기 중 공사가 가능한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리흄이 폐암 등 폐 질환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조리흄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이 있을까요?
조리흄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름과 불을 많이 사용하는 튀김, 구이, 볶음과 같은 조리법을 최대한 지양하고, 그에 맞춰 식단을 바꾸면 됩니다. 수 백 명이 먹을 음식을 한 번에 집중적으로 조리하는 단체 급식 특성상 조리법과 식단을 바꾸지 않고 환기 시설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인 것이죠. 하지만 교육청은 이러한 음식에 익숙한 학생들을 핑계로 식단을 제대로 바꾸지 않고 있고, 환기 시설을 개선하는 것조차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피해를 키우고 있습니다.
3. 학교 급식 종사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을 위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도 교육청이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할까요?
현재 학교 급식 종사자 1인당 급식 인원은 공공기관의 거의 2배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이 전국 초,중고, 8,981개교 학교급식실 운영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였는데, 학교급식실 조리실무사 1인당 급식인원이 100명이 넘는 학교가 전체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적은 인원이 많은 양의 음식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직업성 암 뿐만 아니라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칼에 베이는 등 산업재해는 다반사로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지난 여름과 같은 가마솥 더위 속에서는 신체에 고통이 가중됩니다, 문제는 대체인력이 없어서 아파도 쉴 수 없고, 내가 아파서 쉬게 된다면 남은 동료들의 노동 강도가 더욱 커진다는 죄책감과 압박감이 조리노동자들을 억누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충북교육청이 확보하고 있는 월급제 대체 인력은 고작 17명으로 전체 조리실무사의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 급식 종사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담 대체 인력을 확충해야할 것입니다.
4. 그밖에 개선해야할 과제가 있다면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급식의 질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아왔지, 조리실 안에서 하얀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르고 일하고 있는 조리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아왔습니다. 최근 유행했던 한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도 급식 노동자가 등장해 맛있는 음식을 차리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급식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우리 사회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급식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또한 더 이상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휴게실, 식생활관, 조리실 등 급식실 시설 전반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여야하고, 정기적으로 저선량 폐CT 검진을 해서 조기에 폐질환을 진단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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