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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돌봄 위기와 이주민 최저임금 차별 (2024.08.27.)

음성노동인권센터 2024. 8. 27. 09:50

2024827일 화요일 ~08:56:00

 

돌봄 위기와 이주민 최저임금 차별

 

정부가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을 가사도우미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23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가사 도우미로 채용된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국제협약 등에 배치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외국인 유학생 최저임금 제외를 포함한 최저임금 차등 지급에 관한 쟁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대통령실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특정 플랫폼에서 아르바이트 형태로 사적 계약을 맺기 때문에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적 계약이 어떤 형태인지는 명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은데요.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해소를 위해 개별 가구가 외국인 노동자와 사적 계약을 맺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요.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은 특정 가정에 전속되어서 가사일에 종사하는 가사 사용인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고 있는데, 외국인 유학생들을 법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가사 사용인으로서 일을 시키겠다는 의미인 것이죠. 국적과 인종의 차별 없이 보편적인 인권과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규범을 상식으로 여기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와 같은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2. 외국인 유학생 가사도우미 사업에 앞서 서울시가 필리핀 국적의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을 이제 곧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시범 사업은 어떤 내용인가요?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이보다 앞서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올해 9월 초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시범적으로 시행될 계획입니다. 필리핀 국적의 가사관리사 100명이 최근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2022년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을 통해서 일하는 가사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가사 사용인은 법령의 보장을 받지 않는 것과는 다른 점입니다. 이번 서울시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은 돌봄노동자 중계기관을 통해서 매칭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최저임금 등 노동법이 모두 적용됩니다. 하루 4시간 이용 가정 기준 월 119만원 수준의 임금이 발생하는데, 이를 두고 오세훈 시장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등은 돌봄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외국인 노동자와 돌봄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3.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헌법과 근로기준법, 그리고 국제노동기구 협약 등 국내외 규범에 배치된다는 주장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규범에 배치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헌법 제10조와 제11조는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정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외국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업주가 노동자의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데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것이죠. 이와 관련한 가장 강력한 국제 규범은 국제노동기구 ILO의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에 관한 협약입니다. 국적을 포함한 사회적 신분에 근거한 모든 구별과 배제를 회원국들이 제거해나갈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인권은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저 기준을 보장하도록 하는 규범이고 가치입니다. 지금의 최저임금 적용 제외 또는 차등 적용의 논의는 인권의 보편성과 최저 기준 모두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인 것이죠.

4. 특히 우리 사회 재생산 기능을 담당하는 돌봄 부문에서 최저임금 차등 지급 논의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한민국은 2021년에 사상 처음으로 인구 감소 추세에 들어갔고, 비수도권 농촌 지역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들어섰습니다. 가장 한 사람이 가족을 부양하던 시기는 오래 전에 지났고, 맞벌이 부부가 주를 이루고 있고, 전통적인 가족 구성은 해체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은 이루고 있지만 한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돌봄 부문은 그동안 가정 내 일로 방치되어 왔고, 대부분 여성들의 공짜 노동에 의존해왔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는 일, 집안을 돌보는 일, 어르신을 모시고, 환자를 간호하는 일이 그래왔죠. 그동안 구조적을 차별 당해왔던 여성의 권리와 권익을 높여야한다는 사회적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돌봄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정부는 이 문제를 비용 대비 편익을 추구하는 시장적인 해법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존에는 가정 구성원 중 누군가가 공짜로 일을 하던 것을 제도권 안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일을 시키려고 하니 최저임금법이 걸리는 것이죠.

5. 우리 사회 심화되고 있는 재생산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지금의 재생산 위기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전 사회적인 토론과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90년대 이전에는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른바 어머니의 희생으로 한 개인이 부당하게 짊어짐으로써 사회 문제로 확장되지 않았습니다. 재생산의 위기는 최근의 일이 아니라 이전부터 지속해왔던 문제였던 것이고, 가부장제와 지금의 자본주의적인 노동의 방식이 초래하고 있는 위기인 것입니다. 지난 세기 여성에게 남성의 노동을 뒷받침할 것을 강요하며 돌봄 노동을 전가했던 것처럼, 지금의 돌봄의 위기를 타국의 여성들에게 값싸게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돌봄을 비롯한 사회의 재생산 기능을 그동안 평가 절하해오고 사회가 책임지지 않은 점을 반성하고 재생산권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노동의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한 과제임을 함께 인식하고 대안을 찾아나가면 좋겠습니다.

(KBS충주라디오, 계명산의 아침 <공정사회>, 박윤준 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