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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발표자료

[성명] 기후재난에 이주노동자의 연이은 죽음, 생명을 앗아가는 야만적 착취구조를 규탄한다.

[성명] 기후재난에 이주노동자의 연이은 죽음, 생명을 앗아가는 야만적 착취구조를 규탄한다.


또 한 명의 이주노동자가 이국땅의 뙤약볕 아래서 목숨을 잃었다. 지난 4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의 한 야산에서 풀베기 작업을 하던 20대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휴식 중 쓰러져 끝내 숨을 거두었다. 추정 사인은 열사병이다.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에 이어 2026년 현재도 극단적인 폭염이 덮쳤으나, 끓는 가마솥 같은 현장에 방치된 이주노동자들의 생명권은 여전히 벼랑 끝에 서 있다. 우리 충북 이주노동인권모임은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 참람한 죽음을 묵인하고 방조한 당국과 사업주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주노동자가 겪는 온열질환 피해는 명백한 사회적 재난이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이주민 온열질환자는 2021년 43명에서 2025년 249명으로 6배 가까이 폭증했다. 특히 작년 한 해 충북에서만 21명의 이주민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충북의 이주민 인구는 전국의 3.8%에 불과함에도 온열질환자 비율은 전국의 8.4%를 차지하며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는 지역 내 이주노동 환경이 얼마나 가혹한지 보여주는 슬픈 지표다.

참담하게도 고인은 마지막 가는 길마저 철저히 소외되고 고립되어 있었다. 베트남 이주민 커뮤니티가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국내에 거주하는 친족을 찾았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고, 고인은 아무도 제대로 찾아주지 못한 채 서둘러 본국으로 쓸쓸히 송환되었다. 합당한 산재 처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불투명한 기가 막힌 현실이다.

이번 참사는 다단계 하청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완벽하게 짜인 '구조적 타살'이다. 무엇보다 분노스러운 것은 이 죽음의 배후에 자리한 끔찍한 위탁 구조와, 진짜 사장인 지방정부의 무책임함이다. 고인은 괴산군으로부터 산림사업 관리대행을 맡은 ‘괴산증평산림조합’이 또다시 위탁한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했다. 괴산군 관계자는 "산림조합 하청업체 소속이라 군 차원에서는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며 고 털어 놓았다.

제아무리 산림조합에 관리대행을 맡겼다 한들, 해당 공공사업의 최종 발주처이자 예산을 집행하는 지자체가 어떻게 이토록 무책임하게 발을 뺄 수 있단 말인가. 내국인은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땡볕 아래의 고된 제초 작업은 다단계 위탁을 거치며 최하층 저임금 일자리로 전락했고, 이주노동자가 그 밑바닥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 아래 하청업체와 산림조합 뒤에 숨어, "아는 바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괴산군의 행태는 생명과 안전을 수호해야 할 공공기관의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기만이다.

이는 괴산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7월, 경북 포항에서도 이와 완벽하게 똑같은 비극이 있었다. 지자체가 산림조합에 위탁한 사업 현장에서 제초 작업을 하던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전국 곳곳에서 지자체 위탁을 받은 산림조합과 영세 하청업체들이 이주노동자들을 고온의 야외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 이 뻔히 반복되는 참상을 알면서도 뒷짐만 지고 있는 지방정부와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 역시 탁상행정을 넘어선 명백한 방조 행위다.

전국적인 변화와 철저한 관리감독 없이는 이 억울한 죽음의 행렬을 결코 멈출 수 없다. 언제까지 이주노동자를 값싼 소모품으로 쓰다 버리고, 죽음 앞에서는 고개를 돌릴 것인가. 우리 충북 이주노동인권모임은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비극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다음과 같이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 "아는 바 없다"며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괴산군은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해 즉각 공식 사과하라! 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최종 발주처인 괴산군과 괴산증평산림조합 등 진짜 책임자를 엄중히 구속 처벌하고, 투명한 산재 처리를 보장하라!
하나, 고용노동부는 지자체-산림조합 위탁 사업을 비롯해 이주노동자가 투입된 전국의 모든 야외 제초 및 산림·건설 현장에 대해 당장 대대적인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하라!
하나, 기후재난 앞에서는 이주노동자도 살 권리가 있다!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사유에 ‘폭염 등 기후재난 위험’을 즉각 명시하여 생명권과 현장 탈출권을 보장하고, 다국어 재난 특보 번역 시스템을 통해 배제된 이주노동자의 정보 접근권을 제공하라!

폭염과 차별, 다단계 하청의 굴레 속에서 쓰러져가는 이주노동자들의 비극을 우리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와 생명이 온전히 보장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기만적인 당국과 자본에 맞서 끝까지 연대하고 투쟁할 것이다.

2026년 7월 14일
충북 이주노동인권모임 미나리
(노동법률사무소 곁, 삶과배움을잇는배움터 이짓, 음성노동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