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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근로시간제도 개편안(2023.3.28.)

음성노동인권센터 2023. 5. 3. 15:56

2023328일 화요일 ~08:56:00

 

근로시간제도 개편안

 

정부가 지난 이달 초에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두고 반응이 뜨겁습니다. 이른바 MZ세대를 비롯한 미래세대를 위해 근로시간 제도를 더욱 유연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주된 방향이었지만 2-30대 노동자들로부터도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기존에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였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의 주된 내용과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1.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안 현행 주 최대 52시간제와 어떻게 다른 걸까요?
    현행 근로기준법은 잘 아시다시피 1일 8시간, 주 40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벌여왔던 투쟁은 근로시간을 단축시켜온 역사이기도 합니다. 하루에 8시간은 일하고, 8시간은 자고, 8시간은 개인적인 일과를 보내거나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어야 적어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해왔죠. 여기에 주 12시간을 한도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이 현행 주 40시간제, 또는 주 최대 52시간제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은 하루, 일주일을 단위로 규제를 해왔던 ‘연장’ 근로시간 규제의 칸막이를 걷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강조드리고 싶은 것은 법정 근로시간이 아니라 ‘연장’근로시간의 규제를 풀어낸 것입니다. 본래 주 12시간을 한도로 연장근로시간제를 운영해왔는데, 이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관리기간을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부측 설명으로는 집중해서 처리해야할 일이 있거나, 일을 몰아서 하고 싶을 때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고, 다른 주간에는 주 40시간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고, 휴가도 한달씩 몰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요지입니다.

  2. 일하고 싶을 때 몰아서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장기간 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인데, 오히려 연장근로시간만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게 많은 분들이 우려스러워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정부의 셈법이 아리송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어떻게 계산해야하는지 헷갈리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좀 드리겠습니다. 1주일에 12시간 한도로 1년 내내 일한다고 하면, 1년은 약 52.14주이기 때문에 12시간 곱하기 52.14주를 하면 1년 동안 최대로 일할 수 있는 연장근로시간이 625시간입니다. 1년 최대 연장근로시간 625시간을 12개월로 나누면 월 52시간 연장근무를 최대할 수 있고, 분기로 나누면 156시간, 반기로 나누면 312시간... 이렇게 월 단위, 분기 단위, 반기 단위 등으로 칸막이를 넓혀서 사용할 수 있는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월 단위를 예로 들면, 월 최대 연장근로시간 52시간을 특정 주에 몰아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언론에서는 주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52시간을 더해서 주 92시간 제도라는 식으로 과장되게 다루기도 했는데요. 근무일 간 최소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겠다는 지침을 반영하면 1주간 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연장근로는 29시간으로, 주 최대 69시간 일을 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에는 전 주에 사용한 29시간 연장근로를 52시간에서 뺀 나머지 23시간 연장근로를 시켜서 둘째 주에는 63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셋째, 넷째주는 더 이상 연장근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40시간씩 근무하는 시간표가 나옵니다. 제가 방금 설명드린 시간표는 정부 설명자료에 나오는 예시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정부 개편안은 현재 대한민국 연평균 근로시간인 1,928시간보다 더 긴 2,711시간, 그러니까 매주 평균 52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한 근로시간 개편안이므로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고, 기업이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것이 가능하도록 악용될 소지가 매우 다분합니다.

  3. 정부는 근로시간 유연화와 동시에 전체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인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무엇입니까?
    정부는 법정근로시간이 아닌 ‘연장근로시간’ 관리 범위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장하면서 실제 일하는 날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해서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쉴 수 있다고 하는 것이고, 10일 이상 장기휴가나 고용노동부가 홍보하듯이 여행지에서 한 달 살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제도를 두고 ‘자율과 선택’에 기반한 근로시간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수당이 임금에 포함되어 있는 포괄임금제를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삼으며,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보기에 이와 같은 정책은 대기업이나 고수익을 창출하는 일부 기업을 제외한 제조업, 서비스업, 보건의료산업 등 현장 노동자들과 2-30대 젊은 세대 노동자들도 가능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연차휴가, 육아휴직도 맘 편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10일 이상 장기 휴가는 먼 이야기처럼 보이는 것이죠.

  4.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강화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켰는데요. 어떤 내용일까요?
    정부는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해서 주 최대 69시간 일하거나, 연속휴식을 부여하지 못할 경우에는 1주 64시간 상한을 준수하도록 하며 이를 노동자 건강권 보호조치의 일환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심뇌혈관질병이나 과로사, 과로자살 등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의 인과 관계를 따질 때 우선적으로 보는 것이 근로시간입니다. 현행 법률과 행정 고시에서는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정부는 주 64시간이 마치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것처럼 다루고 있어, 저로서는 매우 위험하다는 위기감이 듭니다.

  5. 박 실장님 생각하시기에 노동시간 유연화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정부는 현행 주 40시간제와 주 최대 52시간제가 70년간 유지된 매우 경직된 제도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재 기업이 노동자를 더 유연하게, 자유롭게 사용하려고 한다는 진실을 은폐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에 관심이 있었더라면 지금하고 있는 12시간 연장근로 시간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함부로 연장근로를 시켜서는 안 되며, 연장근로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임금에 시달리지 않도록하는 대책을 세워야하는 것이죠.

  6. 근로시간제도 개편안 관련해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지, 그리고 관심 가져야할 부분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부가 3월 6일에 발표한 이번 개편안은 4월 17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기간을 거쳐 6월 경 국회에 제출하게 됩니다. 애초에 이번 개편안의 틀을 구상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구성에 현장 노동자가 참여하거나,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줄만한 사람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입법예고 기간이 이제 보름 정도 남았는데요. 포털사이트에서 고용노동부 입법예고를 검색하시면 의견을 내는 창구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노동자로서 일하고 있는 많은 시민 여러분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현장의 경험과 지혜를 담은 의견들을 많이 내주시면 좋겠습니다.